ESG경영의 허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부재?

9월 28일, 2021 by  이 서정

    현재 ESG경영은 기업들에게 있어 필수과제로 자리잡았다. 이미 수많은 컨설팅 회사, 국제조직, 기업들이 ESG 보고서를 쏟아냈고, 국내외로 ESG 관련 세미나와 포럼들이 개최되고 있다. 처음 개념이 떠오른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ESG가 무엇인지, 관련규제는 무엇인지, 또 평가지표에는 뭐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들은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자료들은 왜 기업이 ESG경영을 중요시 해야하는지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어느정도 이해하거나 적어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일단 움직이고 본다.

다만, 그 방법을 묻는’ 어떻게?’ 라는 질문은 끊이질 않고 있다. 실무자들은 ESG라는 다소 포괄적인 범위 안에서 당장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하는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모른채 (만약 있다면) ESG 위워회가 시키는 일들을 하거나, 외부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구하거나, 아니면 ‘왠지 이건 해야할 것 같은데…’ 싶은걸 하고 있다.

앞서 말한 ESG에 대한 자료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ESG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꾸준히 상기키고 있다. 그러나 ESG라는 통칭적인 개념이 나오기 이전의 경영관리체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이는 어쩌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존 E, S, G가 따로 관리의 대상이 되었던 시절에 그것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체계의 부재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존에는 E, S, G를 어떻게 관리했는가? 그 대답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P)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법을 지키는 것 그리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준법시스템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좁은 의미의 컴플라이언스 이며 이는 기업에서 CP를 전혀 적극적으로 또는 전략적으로 운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CP의 개념에 대해서는 http://koreacompliance.org/cp/ 참조)

우리나라 CP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아보인다. 그러나 이는 아직 CP의 개별성에 대한 개념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CP는 하나의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각 기업마다 다르며 무엇을 관리할지 그 범위를 정하는 것이 곧 기업의 선택이며 전략이다. 기업의 철학, 비전, 전략 은 곧 기업의 규범, 행동강령, 업무체계에서 나타나야 하며 이러한 일관성이 지켜지고 있다는것을 기업은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무엇에 가치를 두며 무엇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를 보여주는것은 CP의 법을 지키는것을 넘어서 전략적으로 CP를 운용하는 것이다.

결국, ESG 관리 체계와 CP는 프로세스 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두 가지 모두 리스크를 분석하고 행동전략을 수립하고,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대내외적으로 공표한다. 앞서 말한 기업 CP의 범위의 최소요건으로 E, S, G 가 정립되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는 기업마다 각 분야의 리스크가 천차만별일 뿐더러 ESG 관리체계 또한 CP와 같이 각 기업의 개별성을 토대로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 환경은 분명 기존에는 크게 부각 되지 않았던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똑같은 수준의 환경리스크를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마케팅 적인 측면으로 이용하는데 그친다면 그뿐일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ESG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외부위원들은 전략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감시자로서의 역할에는 더할나위 없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회사의 경영과 관리에 입장에서 봤을때 과연 독립된 내부조직보다 효과적일지는 기업 스스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별도의 위원회가 없는 기업이 ESG경영을 잘 할 수도, 위원회가 있는 기업이 못 할 수 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며 ESG 도 결국 CP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앞으로도 대외적으로 “우리는 ESG 경영을 합니다” 또는 “우리는 ESG 위원회가 있습니다” 라는 표현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이해관계자들을 이해시키는데 더 좋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는 더 유용할 것이다. 모든 것은 기업의 선택일 뿐이지만 ESG경영의 부족한 부분이 CP의 부재에서 온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 앞으로 ESG경영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